Green Table 이슈브리핑 2016-4 흡입 독성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기업 옥시를 상대로 전 국민 불매운동 돌입

2016년 5월 12일 | 이슈 브리핑

범시민사회는 2016년 5월 10일 독성물질을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작, 판매하여 다수의 소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정부조사와 검찰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해 온 옥시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접수가 1,000건을 넘어선 가운데, 검찰은 11일 옥시레킷벤키저 (현 RB 코리아) 전 대표와 옥시 연구소장, 선임연구원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과실치상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내에서 시판된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유공(현 SK케미칼)이 최초로 개발했다. 2011년 8월,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결과 가습기 살균제에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요인이 추정되므로, 최종인과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사용 및 출시를 권고했다. 이미 17년 동안 약 20여종의 가습기 살균제가 연간 60만개씩 판매, 사용된 후였다. 전 국민의 약 20%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사건의 파장은 예고된 바였다. 이 중 영국계 다국적 기업인 레킷 벤키저가 동양화학그룹을 인수하면서 살균제 성분으로 PHMG가 사용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이라는 제품은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기도 했다. 옥시 제품은 총 453만개나 판매되었고, 전체 가습기살균제 중 절반에 이른다. 2011년 11월 동물실험 1차 결과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자, 6종 제품 (옥시싹싹, 롯데마트 와이즐렉,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아토오가닉, 가습기클린업)에 대한 강제회수와 나머지제품의 자발적 회수, 사용 및 판매금지조처가 행해졌다.

가습기 클리너로 홍보되어 판매된 가습기살균제에는 살균제로 사용된 PHMG, PGH가 문제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살균제에 노출될 경우 감기, 폐렴 증상에 이어 간질성 폐렴으로 진전되어 폐가 섬유화되면서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한다. 폐손상은 회복되지 못하고 고착성 폐기능저하를 일으켜 폐를 이식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천식과 비염은 오히려 가벼운 증상에 속한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은 폐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국제 학회지에 게재된 바 있다. 사망 및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2006년 원인미상의 소아 급성 간질성 폐렴 사망 사례 (대한 소아과학회), 2011년 서울 아산병원은 급성호흡부전을 주 증상으로 하는 중증폐렴 임산부환자의 입원 증가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 및 조사를 요청한 바 있고, 원인미상폐질환으로 산모연쇄사망 사례가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2011년까지 총 91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되었다. 피해건수와 추가 사망자수는 계속 늘어나 2016년 4월 4일 현재 피해건수 1,528, 사망자 수 23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제는 유해성 검사 없이 제품을 개발, 판매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SK케미칼의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으로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체독성실험없이 신고만 하고 판매할 수 있었다. 별도의 유해성 검사가 필요치 않았다는 이야기다. 살균제의 유해성을 몰랐다는 제조사의 주장도 신뢰성이 없다. 심상정의원실에 따르면 SK케미칼은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를 호주로 수출하기 위해 2003년 호주 국가산업화학물질 신고·평가기관에 관련 정보를 제출했고, 호주의 해당 기관은 PHMG가 흡입독성이 있으므로 보호장비를 갖추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의 옥시레킷벤키저는 2001년 PHMG를 사용할 당시 영국을 포함하여 유럽의 ‘바이오사이드(생물학적 독성) 안전성 확인 제조사 책임제도’가 한국에는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안전성 확인실험을 하지 않았다.

이미 2012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제조판매사를 형사고발했으나 검찰은 피해조사 결과가 나와야 수사할 수 있다며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이 발의되기도 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국회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등 국회차원의 대응이 있었다. 환경부는 2014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질환을 환경성질환으로 인정,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인한 폐질환의 인정 및 지원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지원대상, 방안을 마련하고 피해접수신청을 시작했다.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국가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 패소했고, 항소중이다. 잘못된 규제로 인하여 유통된 유해화학물질을 국민이 사용하여 생명, 건강상의 위해를 입은 경우,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의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유해성심사기관이 PGH에 대한 흡입 및 경피 독성평가를 하지 않은 채 유해성 평가를 한 점, 그리고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로서 화학물질 신규 용도변경에 따른 유해성 재심사제도를 두지 않은 점은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014년 2차 피해자와 가족은 서울중앙지검에 살인혐의로 옥시레킷벤키저 등 14개 제조회사를 대상으로 형사고소장을 제출했다. 2015년 9월 18일, 강남경찰서는 고소고발사건에 대해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등 6개 제조판매사를 기소의견으로 8월 말 검찰 송치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1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전담팀이 구성된 것은 의미 있으나, 늦장 대응으로 피해사례 중 30-40%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고 한다. 공소시효는 피해 발생 후 7년, 인지 후 3년이다. 검찰 소환과 조사가 임박하자 해당 기업들은 사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옥시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의 독성에 대한 실험의뢰에서 실제 검사 결과와 달리 옥시측에 유리한 실험결과를 작성해주었다는 혐의로 서울대 수의학과 조모교수가 구속되었다. 조교수는 범죄를 짜맞춘 것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옥시라며 발뺌을 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몇몇 비윤리적인 기업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국민의 안전은 염두에 두지 않아도 별다른 제제를 받지 않는 현 화학물질생산 및 관리체계가 더 큰 문제이다. 유해화학물질은 생산, 유통, 판매,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서 관리해야 한다. 산업자원부가 관할하는 공산품 등의 유해물질관리는 독성과 그로 인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기보다 제품의 구조와 재질, 사용방법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주요 관심이 되며, 한번 허가된 화학물질은 재평가 없이 그 용도를 변경할 수 있었다. 카페트 세척용으로 개발된 화학물질이 가습기 살균제로 용도를 바꿔도 어떤 제지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업계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화확물질관리 선진화에 반대해왔고, 제품에 대한 관할권을 갖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한 규제에는 통 관심이 없다. 기업 진흥을 위한 부서에 국민의 건강과 안전업무를 더 이상 산업자원부에 맡겨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국민의 건강보다는 기업의 편의만을 강조한 산업자원부에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의 무책임이 낳은 비극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