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able 이슈브리핑 2016-2 기장 해수 담수 수돗물 공급에 관한 찬반 주민투표

2016년 3월 24일 | 이슈 브리핑

2016년 3월 19일 – 20일 (토-일) 이틀에 걸쳐 부산광역시 기장군에서 <기장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 찬반 주민투표>가 실시되었다. 기장읍, 장안읍, 일광면 3개 읍면, 16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이번 주민투표는 19세 이상 유권자 수 59,931명 중 16,014명 (26.7%)가 투표에 참여했고, 총 투표자의 89.3%인 14,308명이 해수 담수화 수돗물에 반대했다.

 

일상적으로 음용하는 수돗물의 안전한 공급을 원했던 주민들은 부산시에 주민투표법에 의거한 주민투표 시행을 요구했지만 기각되었다. 국가나 지자체의 사무에 속하는 사항은 주민투표 제외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주민투표 요구가 기각되자 안전한 수돗물을 원하는 주민들은 자발적인 주민투표를 준비하고 진행했다. 주민투표법에 의한 법적 효력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일방적인 ‘물 행정’에 반대하여 주민 스스로 수돗물 결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이에 부산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이번 주민투표가 법적 효력을 갖추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홍보지를 배포해왔다. 기장해수담수 주민투표와 관련하여, 기장군이 전국적 이슈로 부각되면 기장 청정바다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기장군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측은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부산시의 불허로 행정이 뒷받침되는 주민투표가 아니었음에도 주민투표법에 준하는 공정성을 확보하고 투표를 진행했으며,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힘만으로 이만큼의 투표율이 나온 것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위원회는 “해수 담수 수돗물 공급 문제의 본질은 방사성 물질이 있느냐, 없느냐, 혹은 그것이 유해하냐 아니냐의 문제만이 아니며, 어떤 이유에서건 주민이 원치 않는데 그걸 주민들의 동의 없이 강제로 먹이겠다는 발상, 그 자체가 지극히 비민주적인 것”이라며 주민투표를 통해 민심이 확인된 만큼 이를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 사업의 배경과 논란

정부는 2006년 국토해양부의 중점 R&D 프로젝트인 Value Creator 10의 하나로 해수담수화를 선정했다. 해수담수화사업은 바닷물을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하여 수돗물로 공급하는 사업으로, 대용량 역삼투압 설비 건설에 요구되는 핵심공정, 기본설계 기술 개발 및 플랜트 실증을 통해 해외플랜트 수출 기반을 마련하여,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추진되어 왔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받은 유치제안서를 받았고, 부산시가 우선협상대상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에 부산시는 기장군 대변리 해안가 등의 후보지에 2만6천400㎡ 부지를 제공했고, 국비, 시비, 민자 등 총 1,954억원을 투입, 1일 4만5천톤의 수돗물을 생산하는 해수 담수화시설을 2014년 완공했다.

부산시는 낙동강 하류의 원수를 취수해 350만 부산시민의 생활용수를 공급해왔고, 1일 243만 5천톤 시설 용량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 정수장을 가동하고 있다. 부산시는 낙동강의 수질이 3급수까지 악화되고 폐수유출 등 수질오염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취수원 다변화로 수질사고와 자연재해 등의 비상시에 대비한 해수담수화사업의 불가피함을 역설해왔다. 기장 앞바다는 청정해역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질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몸에 축적되면 유전자 이상이 생긴다는 삼중수소는 해수 담수 원료인 바닷물보다 수돗물에 3배 높게 검출된다는 주장까지 펴왔다.

이에 반해 해수담수화 반대측은 역삼투압 방식으로는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성 물질을 온전히 걸러낼 수 없으며, 구로시오 해류의 영향으로 부산 앞바다 역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암 발생률은 방사선량에 비례하는데,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기장에서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선물질이 다량 배출되고 있으므로, 기장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들은 해외 해수담수 시설에 대해서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시설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선행되고 있는 외국의 정보공개 및 주민설득작업을 위한 민주적 절차는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부산시 상수도 사업본부가 주민의견수렴절차도 거치지 않고, 기장읍과 장안읍, 일광면에 해수담수화로 수돗물을 공급하려 한다는 것이다. 수돗물 공급 대상 주민들의 수는 83,717명이다.

 

핵발선소에서 일상적으로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은 20가지나 된다. 대변 해안가에 위치한 기장해수담수 시설은 고리핵발전소로부터 11km 떨어진 곳에 있다. 고리 핵발전소에서 1년간 배출한 방사선 물질의 총량은 100조 베크럴(Bq)이다.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갑상선 암 발생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현재, 고리 핵발전소 지역 갑상선 암 공동소송에 참가하고 있는 지역주민의 수는 244명이나 된다.

 

2016년 3월 9일 국회의원 최원식과 환경운동연합은 UN 과학위원회의 2000년 방사능 피폭보고서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제출자료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고리원전 1-2호기의 1993년 기체 요오드 131의 연간 배출량은 12.2GBq(기가 베크렐) 이었다. 이는 1994년 미국 사우스 텍사스 원전 1-2호기의 배출량에 비해 1천300만배 높은 수치이며, 당시 가동중이던 전 세계의 원자력발전소 430여기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요오드 131인 갑상선 암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사성물질이다.

 

서병수부산시장은 해수담수화수돗물 공급과 관련해 “시민동의 없이 추진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얼마가 걸리든 합의를 이뤄가는 인내의 시간을 감내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부산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기장해수담수 주민투표와 관련하여, 기장군이 전국적 이슈로 부각되면 기장 청정바다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기장군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주민투표는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22년 만에 부산에서 처음 실시되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의 표현이며,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했던 부안 (2004년 3월), 삼척 (2014년 10월)과 영덕 (2015년 11월) 주민투표에 이어 부산의 ‘물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