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테이블 이슈브리핑 2018-2 폐비닐 수거 대란

그린테이블 이슈브리핑 2018-2 폐비닐 수거 대란, 플라스틱 생산 및 사용 규제로 나아가야.

 

중국의 폐비닐 수입 중지, 예견된 상황에 안이한 대처가 부른 대란일까?

민간 폐기물 업체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폐비닐의 수거를 거부하는 이른바 폐비닐 대란. 이미 예고된 일이었는데,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많았다. 중국은 작년 7월 ‘외국 쓰레기 수입 금지 및 관리제도 개혁 방안’을 발표했고, 지난 1월부터 생활 폐비닐을 포함하여 재활용 고체 쓰레기 일부를 수입 중단하는 외적인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입 거부로 인해 일본이나 유럽의 폐기물들이 국내로 수입되자, 재활용 폐기물의 가격이 하락했고, 대 중국 수출량이 전년도에 비해 십분의 일 이하로 급감했다. 반면, 올해 1~2월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수출량을 10% 이상 넘어섰다. 물론 중국의 수입거부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국내의 변화된 요건도 있다. 국내에서 분리수거 된 폐비닐 90%가 고형연료로 소각되는 방식으로 재활용되어 왔다. 이는 발암물질, 미세먼지 등 유해성 문제 때문에 현 정부 들어 규제가 강화되었고, 폐기물 고형연료 사업장의 휴업과 조업 중단율도 상승했다. 폐비닐은 처리할 곳을 찾지 못해 쌓여가는 상황이었다. 폐비닐 대란은 위의 두 가지 상황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플라스틱류의 생산과잉, 과포장, 과소비 등 플라스틱에 중독된 우리 사회와 생활을 다시 점검할 때이다.

 

재활용 관리는 지자체의 소관사항이지만,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은 민간폐기물 업체와 개별 계약을 체결해 처리해왔다. 공동주택의 재활용폐기물에 대해 지자체는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공동주택 민간폐기물업체에 넘기는 것을 통해 소소하게나마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수거한 폐비닐을 처리할 곳이 막히자 폐기물 수거업체는 더 이상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폐비닐의 수거 거부를 선언하고야 만다. 공동주택의 게시판에는 종량제 봉투에 폐비닐을 담아 일반폐기물로 배출하라는, 현행법상 불법을 독려하는 안내문이 게시판에 버젓이 나붙는 상황으로까지 이르게 된다.

 

환경부는 4월 10일, 공동주택의 재활용품 수거가 지자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판단, 현장 점검 및 시정 조치하고, 재활용 업계의 비용 상승 및 재활용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 시장 안정화 긴급조치를 강구했다고 밝혔다.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재활용품 잔재물의 소각처리 비용을 줄여주고, 폐비닐을 가공하여 고체 연료로 생산, 발전소·보일로 등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용이하게 할 것이며, 잘못된 분리배출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 생활폐기물의 순환 사이클의 전 단계별 문제를 진단하여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지난 19일, 중국은 폐 PET(페트병)과 폐 전자제품 등 고체 쓰레기 32종에 대해서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이다. 이 중 올해 말부터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폐기물 16종에는 폐 PET 부스러기 및 폐 PET병, 철강, 알루미늄, 동 등을 회수하기 위한 폐전자제품, 폐 CD부스러기, 폴리에틸렌 부스러기, 염화비닐 폐기 부스러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 페트병 대란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다시 고개 드는 폐기물고형연료(SRF) 규제완화

앞서 언급했듯이 환경부는 폐비닐 등 수거 중단 긴급대책으로 고형연료에 대한 규제완화를 시사했다. “폐비닐의 주요 재활용 방법인 고형연료(SRF)에 대해서는 환경안전성 담보를 전제로 한 품질기준 위반 시 행정처분 경감, 검사주기 완화방안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선”한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예정되었던 신재생에너지 가중치(REC) 공청회를 돌연 연기했는데, 폐기물 등 일부 에너지원에 대한 보조금(REC, 가중치)를 하향하는 것과 관련,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폐기물고형연료 시설에 대한 가중치를 그대로 존치시키고, 기준 위반 시 행정처분을 경감하고 검사 주기를 완화하면서 시설 확산을 유도하는 것이 과연 환경부가 취할 태도인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부는 고형연료에 대한 보조금(가중치)를 낮추려고 하는데, 환경부는 거꾸로 시설을 늘리기 위해 품질기준도 검사기준도 완화하겠다고 한다. 환경부가 눈에 보이는 폐비닐 문제 해결에 급급해 방향을 잘못잡고 발암물질,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관리해야 할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폐기물의 에너지화? 대표적 그린워싱

가정용 폐비닐로부터 시작된 폐기물 고형연료화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되었다. 생산자 책임재활용제도에 따라 필름류 포장재(과자봉지 등)의 분리 배출이 시행되었고, 이것을 재활용하기 위해 플라스틱폐기물 고형연료(RPF)를 허용한다. 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폐기물의 에너지화’라는 그럴듯한 구호와 맞물려 본격적으로 장려된다. 그러나‘폐기물의 에너지화’는 플라스틱류를 소각했을 때 배출되는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 이미지를 그린워싱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박근혜 정부는 신재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도입하면서 사업장 폐기물까지 고형연료로 허용했고, 폐기물 고형연료 사용에 대해 보조금(REC, 가중치)을 부여했다. 결국 민간 주도 고형연료 발전소가 전국에 여기저기 생겨나고, 시설 건립을 둘러싼 민원 역시 급증했다.

 

새 정부 들어 ‘쓰레기의 에너지화’, ‘자원재활용’라는 명분으로 생산과 보급을 지원해오던 폐기물 고형연료화 사업(제품 및 제조와 사용 시설 관리)은 미세먼지 등의 우려로 규제가 강화되었다.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어 규제의 예외적 적용을 받아온 것에 대해 폐기물 고형연료를 신재생에너지 범주에서 제외하는 것까지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종전까지 신고제로 운영되어오던 것을 허가제로 바꾸고,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는 사용을 금지, 연료의 품질기준과 시설의 배출기준도 강화했다. 이렇듯 규제가 강화되자, 90%까지 발전소의 고형연료로 사용되어온 폐비닐의 처리가 곤란해지고, 여기에 중국의 수입 거부까지 가세하면서 비닐 수거업자들의 수거 거부로 이어진 상황은 현재 발생한 폐비닐 수거 대란을 야기하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폐 플라스틱류의 문제는 그것이 만들어질 때부터 시작된 문제이고, 생산과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제도와 우리의 생활이 바뀌지 않는다면 적채된 채로 또는 보이지 않게 대기와 지하 땅속, 해양과 먹는물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가 된다.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나아가 생산 자체를 줄여야.

플라스틱 류의 재활용 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는 유가하락의 영향도 크다. 비닐(vinyl)이나 페트(PET) 모두 석유를 가공해서 만든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주원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재생 페트와 신제품간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자 재활용페트가격이 하락해 재활용시장의 경쟁력 역시 하락,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플라스틱의 원료를 만드는 석유화학기업은 호황이라고 전해진다.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생산과정

또 다른 문제는 제조사들이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이나 페트 표면에 제품명이나 그림까지 인쇄해서 재활용을 까다롭고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물질로 오염된 플라스틱류는 재활용이 어렵다. 오염된 재활용 쓰레기란 사용 후 이물질뿐만 아니라 제품 자체에서 떼어내기 힘든 이물질에 의한 오염을 일컫는다. 또한 포장재 폐기물의 책임은 포장재를 만들어낸 제조사가 지도록 한다면 제조 과정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해서 생산해 낼 것이다. 일단 플라스틱류는 이를 제조, 판매해서 이익을 취하는 기업의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분리 배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중국이 수입을 거부해서 일본과 유럽 등의 깨끗한 재활용쓰레기가 국내로 저렴하게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내의 오염된 재활용 쓰레기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제조과정에서 이물질이 없다고 하더라도 세척조차 안 된 재활용 폐기물은 결국 분리 배출해도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하거나 소각 처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폐기물 재활용률이 독일 다음으로 세계 2위라고 하지만, 독일도 비닐까지 플라스틱류에서 따로 분리해서 배출하지는 않는다. 비닐을 따로 분류할 만큼 분리배출에 시민들이 적극 협조하는 만큼 이에 대한 세심한 주의 역시 필요하다.

 

과대 생산·소비되는 플라스틱 포장재

비닐봉지 한 장의 평균 사용시간은 25분. 그러나 분해까지 걸리는 시간은 100~500년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쓰는 1회용 비닐봉지는 216억장, 1인당 420개에 달한다(2015). 핀란드의 100배, 아일랜드의 20배 사용량으로 알려진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1위. 국내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2위. 전체 생활 폐기물의 40%가 포장재이며, 비닐봉투 유료화 제도에 대한 감독 역시 허술하다. 자국 내에서 폐기물은 자국에서 처리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옳다.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하는 중국을 원망할 것도, 미세먼지를 내뿜은 폐기물 고형연료시설의 규제를 완화할 것도 아니다. 생산과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의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