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ABLE 이슈브리핑 2017-5 살충제 오염 계란 파동

2017년 9월 5일 | 이슈 브리핑

그린테이블 이슈브리핑-5 살충제 오염 계란 파동

 

지난 7월 유럽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고 일파만파로 번지자 정부는 뒤늦게 국내산 계란에 대한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 조사를 시작했다. 일반 농장 뿐 아니라 친환경농장의 계란에서 살충성분이 검출되고, 수십 년 전 사용이 금지되어 온 DDT 성분까지 검출되자 식품 안전 및 관리에 대한 불안과 불신은 극도에 달하게 된다. 검사대상 농장 중 살충제 달걀이 발견된 곳의 63%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라는 사실은 인증체계시스템의 허술함 문제를 넘어 농피아 문제로까지 확산되었다.

 

* 피프노닐은 세계보건기구에서는 2급 위험물질로 분류한다. 진드기나 이, 바퀴벌레, 벼룩 등 해충을 퇴치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독성물질로 식용가축에겐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고, 몸속에 축적되면 신경독성과 간, 갑상샘에 이상을 일으킨다.

* 비펜트린의 경우 미국에서는 발암물질로 분류, 식용 목적의 닭에 쓸 수 있지만, 잔류허용기준 (0.01ppm)을 초과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비펜트린이 검출되었다.

* DDT는 맹독석 농약성분으로 국내에서는 1979년부터 사용이 금지되었다. 반감기는 2~15년으로 잘 분해되지 않으며, 몸속 지방 성분에 주로 쌓인다. 수십년 전 사용된 DDT가 여전히 토양에 잔류해 흙을 쪼아먹은 닭에게서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정부는 부적합된 52개 산란계 농장뿐만 아니라 모든 산란계 농장에서 출하하는 닭을 대상으로 DDT잔류물질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부처의 직무유기가 사태를 키우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직무유기와 식품위생법, 농축산물위생관리법, 친환경농어업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현직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식약처는 유럽에서 계란에 살충제가 검출돼 사회문제가 되었을 때, 우리나라 상황을 즉각 점검했어야 했어야 하며, 식품을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제도(HACCP)에 포함시켜 건강 위해 요소들을 점검했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농림부 역시 친환경인증제도와 생태농업을 지키고 키우는 일에 책임을 하지 않고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했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 번진 살충제 달걀 파동이 번지기 전부터 국내에서는 이미 살충제 달걀문제가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다.

2016년 국감 당시 일부 계란 농가들이 닭의 진드기 발생을 막는다면서 맹독성 농약을 닭과 계란에 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식약처장은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을 뿐, 별다를 조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은 충남 홍성군 친환경산란계 농장에 대한 정기조사에서 비펜트린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바 있으나, 친환경인증 자격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했을 뿐 식약처나 충남농정국 축산과에 이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CBS노컷뉴스 역시 <살충제 계란 불안 증폭, 정부, 샘플조사 감추기 급급> 이란 제목으로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다룬 바 있으나,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모두 계란에 대해 살충제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유럽 살충제 계란 파동 이전 한국소비자연맹 역시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을 분석기관에 의뢰한 결과 비펜트린 등이 계란에서 검출되었다고 발표, 대책방안을 촉구했으나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엉터리 친환경 인증과 살충제의 뒤의 농피아

친환경농장의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는 소비자들을 더더욱 분노케 했다. 우리나라는 친환경농장 인증을 항생제 사육을 금지한 무항생제 사육과 유기농 사료 및 방목장의 구비, 케이지 사육이 불허된 유기농 사육 두 방식에 대해 부여하고 있다. DDT가 검출된 친환경 농장의 계란의 경우 토양 잔류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손치더라도, 문제는 먹거리 안전의 보증수표였던 친환경농산물 인증의 부실이 부패한 시스템 때문이었다는 사실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 퇴직자가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대표나 인증 심사원으로 재취업해,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도 봐주기 관행으로 일관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엉터리 인증은 때때로 검찰에 적발되기도 하고, 감사원 지적을 받기도 해왔다. 전직 농업품질관리원 퇴직자가 설립하거나 취직한 인증기관과 전직 직장간의 유착과 대거‘친환경’부실인증이 친환경에 대한 불신과 친환경농장의 살충제 달걀 사태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또 다시 제기된 A4 용지보다 작은 배터리 케이지의 닭장 문제와 동물복지

기본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은 먹이사슬의 상위단계에 있는 유류의 경우, 위해 성분의 상층의 포식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특히 동물의 알이나 유제품의 경우 영양성분 뿐만 아니라 배출되지 않는 위해성분이 집약되어 잔류하게 된다.

더군다나 모래목욕이 불가능한 A4용지에도 못 미치는 케이지 감금과 밀집 사육에서 건강한 알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밀집사육은 항생제를 남용할 수밖에 없고, 조류독감 등 질병의 원인이다. 유럽연합은 이미 2012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금지했다. 동물복지의 문제는 다만 사육되고 있는 동물의 환경을 고려한 것이지만, 축산의 소비자인 인간의 관점에서 역시 필요한 조처이다.

 

방역을 위한 약제관리와 잔류물질 검사, 제대로 되고 있나

축산 현장에서 사용되는 방역용 약제 관리가 잘 되어 있는지, 살충제의 안전성이 제대로 점검되는지를 관리하는 몫은 정부에게 있다. 내성에 강해져서 축산 생산성에 효과를 거두기 쉬운 약제로 닭진드기 방제를 자체적으로 선택 사용하는 농가에 대한 관리체계 미흡이 사태를 키웠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유통 단계에서 잔류물질 검사항목을 지정하여 검사해왔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16년부터 ‘잔류물질 중점 검사항목’이 지정되어 검사하도록 되어 있으나 제대로 시행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책임소재가 이전 정부에 있는지, 현 정부에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관리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원화되어, 생산과 유통, 소비 단계가 분화되어 있는 시스템에서 서로의 역할에 엇박자로 대응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