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ABLE 이슈브리핑 2017-2 은폐되어왔던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사고, 무책임한 미군과 무능한 한국정부

은폐되어왔던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사고, 무책임한 미군과 무능한 한국정부

 

그동안 감춰져왔던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사고 수십건이 추가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녹색연합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용산기지되찾기시민모임이 미국방부 산하 태평양사령부를 통해 입수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25년간 용산기지 내부 오염사고 건수는 84건에 달한다. 그동안 국회와 정부, 언론에 알려져 왔던 14건에 비해 여섯배나 많다. 용산기지는 2018년 반환을 앞두고 있고, 한미양측은 오염정화 협상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 협상의 새로운 국면이 예상된다.

 

시민사회단체가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사고 내역을 입수하게 된 경위

그동안 주한미군이나 한국정부를 통해서 시민사회는 오염사고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오염 사고 발생 시 미군측은 자체 기준에 따라 한국 측에 통보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했다. 또한 오염조사 결과 역시 한미 양측이 상호 합의하여야 그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시민사회는 오염사고 정보로부터 차단되어왔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미국정보자유법(Freedomm of Information Act, FOIA) 절차를 활용해서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1966년 제정된 미국의 정보자유법은 외국인에게도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밝혀진 미공개 84건의 용산기지 내 유류오염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는 것

입수,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용산기지에서 발생한 유류유출사고는 총 84건이다. 이중에는 주한미군환경관리기준 상 최악의 유출량으로 분류되는 3,7톤 이상의 기름유출 사고가 7건, 심각한 유출량에 해당하는 400리터 이상의 사고가 33건 포함되어 있다. FOIA 기록을 통해 확인된 오염사고의 횟수나 규모는 그동안 국회나 환경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오염사고를 훨씬 능가한다. 이미 알려진 14건 (한강 독극물사건 포함) 중 6건이 FOIA 리스트에 누락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25년간 용산미군기지 내 유류유출사고는 총 90건이다. 그러나 기존에 알려진 사고가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은 누락된 6건 외의 사고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알려진 84건의 오염사고는 용산기지 전역에 발생했다. 유류유출사고의 원인은 낡은 저장탱크와 배관에 있다. 지하유류저장탱크(UST)는 땅속에 묻혀있기 때문에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어느 시점부터 기름이 새어나왔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이번에 입수된 사고 자료에서 역시 언제부터 기름이 새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사건이 다섯 건이었다. 유출유종은 주로 경유와 등유계열의 미군 규격 항공유 JP-8이다.

 

정부는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사고에 대해 모르고 있었나

시민사회단체는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사고 84건을 공개하면서,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도 공식적일 절차를 통해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던 정보를 정부가 모르고 있던 이유가 무엇인지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모르고 있었다면, 사고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노력하지 않은 직무유기이다. 알고 있었다면,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 역시 문제이다. 유류유출사고는 환경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항이고 외교안보상 비밀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다. 미군이 공개여부에 대해 합의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할 사항이 아닌 것이다. 미공개 환경오염사고 사실이 언론과 대중과 공표되자, 환경부는 여전히 미군이 통보해 준 5건의 사고 외에 알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오염사고를 저지르고도 통보조차 하지 않은 미군측에도 있다. 자체 환경관리기준에 따라 우리측에 통보여부를 결정하고, 자체적으로 사고 처리를 하는 미군의 태도 역시 무책임한 것이다. 주한미군측이 한국정부와 서울시, 용산구에 유류유출사고에 대해 통보한 사고는 7건인데, 해당 사고의 유출량 수준이 제각각이었다. 최악의 유출량 3.7톤을 넘은 사고 7건 중에서도 통보한 건수는 두 건 뿐이다. 미군은 오염사고 전모를 드러내고 그 처리과정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 유류사고 뿐만 아니라 기지 내부에서 취급했던 각종 유해 독성물질과 폐기물의 보유 및 처리 기록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

 

유류오염으로 인한 위해성

보통 휘발유에는 상당량의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이 함유되어 있다. 군용 항공유인 JP-8에는 BTEX의 함유율이 휘발유보다는 낮지만 경유보다는 높다. 벤젠은 1군 발암물질로서 단기가 흡입시 현지증, 두통, 졸도를 발생시키며, 고농도 흡입 시 사망초래, 장기간 흡입 시 빈혈, 면역 체계에 영향, 암 발생을 유발한다. 톨루엔은 중추신경계통 기능 저하 발생, 언어소통에 문제, 소화 계통에 영향을 주며 두통, 불면증 등을 유발하고, 에틸벤젠은 급성증상으로는 현기증, 가슴이 답답한 증상 유발. 만성증상으로 혈관계에 영향을 유발한다. 크실렌은 장기간 흡입 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두통, 현기증, 피로감, 경련,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을 초래하고, 혈관계와 신장에 영향을 준다.

석유계총탄화수소인 TPH(Total Petroleum Hydrocarbon)는 주로 등유, 경유, 제트유, 벙커C유로 인한 오염 여부를 판단한다. 석유계 탄화수소에는 암 유발물질인 폴리아로메틱 하이드로카본 등의 물질이 들어있으며, 식물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이다. 용산 미군기지 유류유출 사고의 유종 중에 하나인 제트유(JP-8)의 경우 노출됐을 경우 특히 생식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진바 있다.

 

한미합동공동조사단 구성, 용산 공원조성보다 선결과제로서 정화 후 온전한 반환

현재 용산미군기지는 기지 내부 오염원의 정화를 한.미 양측 어느 쪽이 담당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반환협상절차가 남아있다. 그러나 협상에 앞서 기지 전반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사회 대표와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지자체인 서울시가 포함된 한미합동공동조사단이 구성되어야 한다. 알려지지 않았던 대규모 오염사고가 확인된 만큼 한미당국간 밀실협상을 존속해서는 안된다.

용산기지가 반환되면 기지에 대한 모든 책임과 관리는 한국정부가 갖게 된다. 반환 후 심각한 토양오염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다시 미군에게 정화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현재는 없다. 모든 환경정화 조치들은 반환이전에 완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용산기지 반환 후 이곳을 국가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공원계획은 서울시의 주요 녹지축을 구성하겠다는 시도이지만, 이제까지 밝혀진 오염 정도만을 보더라도 제대로 된 정화를 하지 않는다면 기름과 중금속 독성으로 얼룩진 공원이 될 것이다. 때문에 반환예정기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앞서 중요한 것은 환경오염조사와 정화이다. 오염된 토양을 미군이 자체 비용으로 정화하지 않고 그대로 반환받는다면 정화작업과 그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국제환경법의 대원칙인 오염자부담원칙을 적용해서 미군에게 정화책임을 지우도록 하고 온전히 반환받는 것이 용산공원조성계획 전에 선결되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근거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있다.

SOFA 본 협정에 환경을 위한 조항이 없다. SOFA 본 협정에 오염자부담원칙을 명시해야, 미군측이 사용했던 땅을 제대로 치유하고 반환하게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법령을 준수하도록 본 협정에 명기해야 한다. 또한 SOFA환경조항이라고 불리는 여러 부속문서들은 사실상 법적 구속력이 없거나 모호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으며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늘 미군측의 해석이 적용되어 왔다. 환경오염사고 시 통보의 의무, 우리 측에 사고 현장조사권, 명확한 정화기준과 방식, 정보공개를 통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명시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