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ABLE 이슈 브리핑 2016-6 사회적 형평성과 에너지 전환이 사라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논의

전기요금 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의 쟁점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로 축소되고 있다. 정부는 전력대란과 부자 감세 가능성을 근거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이었으나, 여름철 폭염에 전기요금 폭탄 여론과 누진제 집단소송 (전기요금 부당이익 반환 청구 소송) 등이 거세지자 긴급당정협의회를 열고 한시적 누진제 완화대책을 내놓았다. 7월-9월 누진제의 한시적 조정으로 2200만가구가 가구당 20% 가량의 전기요금 경감 효과를 얻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해 총 4,2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조경태 의원은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 6단계 누진제를 3단계로 축소하고 누진배율을 기존 11.7배에서 1.4배로 완화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논의가 진행되자 이에 질세라 산업계에서는 경부하요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문제인가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가운데 전기요금 문제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개편문제로 이슈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2015년 기준, 산업용과 상업용 판매전력이 각각 56.6%, 21.4%를 차지하고 가정용이 13.6%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만을 쟁점으로 전기요금 개편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도는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소비부문의 에너지 절약과 저소득층을 위해 시행되었다. 우리나라 가구당 월 평균 전력 소비량은 223/kwhfh로, 6단계로 나누어 실시되고 있는 주택용 누진제도 중에는 3단계에 해당하는 가구가 가장 많고, 3단계까지에 총 가구의 71%가, 4단계 까지는 94%에 속한다. 여름철 냉방기 가동으로 인해 현행 누진율을 고치지 않으면 전기요금 폭탄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사실관계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1단계 요금에 비해 11.7배에 해당하는 누진제 6구간 (500kWh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여 21만7천원 이상을 지불하게 되는 가구비율은 전체의 1.4%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기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율이 11.7배에 달한다는 사실만 강조될 뿐, 실제로 전기요금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대단히 저렴하다는 사실과, 11.7배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또한 형평성 차원에서 볼 때, 전기요금제도의 문제는 산업/상업용에는 적용되지 않고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가 문제이지 누진제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력 총 사용량의 77%에 달하는 산업용과 상업용 전기요금 제도는 그대로 두고 총 전력 사용량의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소비는 OECD 평균보다 낮다. 1인당 GDP가 OECD 국가 평균 1인당 GDP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소비량은 OECD 평균 1인당 전기소비량에 비해 높다. (OECD 1인당 평균 8,072/kwh, 우리나라 1인당 평균10,428/kwh) 그 이유는 산업용와 상업용의 전기소비가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1인당 전력소비량을 높이고 있는 것은 주택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아니라 산업/상업용 전기이고, 산업/상업용 전기소비가 높은 까닭은 이들 요금이 지나치게 싼 까닭이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0.092달러/kwh로 OECD 평균인 0.1233달러/kwh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은 199, 독일은 184, 영국은 151의 수준이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미국과 노르웨이 뿐이다. 이들 두나라는 산유국이고, 미국은 에너지 다소비국가로 악명이 높고, 미국처럼 전세계가 에너지를 쓴다면 지구가 5개나 필요한 실정이다. 전기요금 제도 개편문제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되며, 산업/상업용 전기요금 정상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산업/상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의 형평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바이며, 산업용 전기 특혜 문제는 분명히 조명될 필요가 있다. 재계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꾸준히 상승해왔고, 지난 13년간 주택용은 15.3% 오른데 비해, 산업용은 84.2%나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2014년 기준 주택용 전기요금이 123.1원/kwh 인 것에 비해 산업용은 106.8/kwh에 불과하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는다. 13년 전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 전기요금의 절반가량 (56%)에 불과했다. 각별한 요금 특혜를 받아왔던 산업용 전기요금과 특혜 없는 주택용 전기요금의 격차가 조금씩 줄어든 것뿐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 이유는 국내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주장에 의한 것이었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제조 원가가 올라가게 되고 이는 직접적으로 수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제조원가에서 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기료가 1% 상승된다고 해도 제조원가는 0.016% 증가하는데 불과해 (한국전력 2014) 전기료 인상이 원가에 부담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름철 폭염은 기후변화의 영향임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전력생산과 전력 소비 및 요금제도 개편을 이뤄내지 않는다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한시적 완화방침은 전기소비 및 생산이 갈수록 심해지는 여름철 폭염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계약 전력이 크고 전기 사용량이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이나 저렴한 경부하 요금을 쓸 수 있는 산업/상업용 요금제도 혜택과 그로 인한 과도한 전기 소비 행태는 그대로 둔 채 시도하는 주택용 누진제 개편은 전기 요금 정상화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산업/상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우선이다.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재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도는 전력 다소비 가구의 전력 소비를 억제하고 전력 저소비, 저소득 가구의 전기요금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요증가 및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해서 도입한 제도다. 따라서 현 주택용 누진제도가 저소득층에 대한 높은 전기료 부담이나 6단계 구간 이상 다소비 가구 1.4%에 대한 혜택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충분하다. 물론 현 누진제도가 설계된 2004년과 현재의 변화된 주거생활 및 양식에 맞추어 재편성될 필요가 있다. 1단계 이하의 전기 요금 부과 대상에 지불능력이 이는 1인가구도 포함되어 있고, 저소득가구라도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전기료 감면 혜택을 못 받는 경우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역시 공감할 만 하다.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 차원의 다각적 방식의 냉방지원 역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주의할 것은 전기요금 인하로 인한 전기사용량 증가는 석탄발전과 원자력 발전소 확대 증설의 논리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전소 증설 및 가동은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폭염의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에 대처하는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 사회적 형평성과 에너지 전환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진행되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의에 이의를 다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