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녹색사회포럼 : “국민소득 2만불은 한국사회발전의 지표가 될 수 있는가”


“국민소득 2만불은 한국사회발전의 지표가 될 수 있는가”


지난 4월 30일 “국민소득 2만불”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장 캐치프레이즈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의해보는 녹색사회포럼이 열렸다. 주로 기업의 입장에서 바라본 국민소득 2만불 달성전략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의 오승구 연구원이 발표하였으며,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정전 교수는 2만불이라는 성장지표가 행복의 지표가 될 수 없으며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 시대 경제성장이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고용과 환경을 동시에 지향하는 ‘smart growth’를 주장하였다.


아래에서는 발표내용과 토론내용 중 핵심적인 내용만 간추려 요약하였다. 자세한 발표 내용은 첨부한 ‘발제문’ 참조하기 바란다.



<발표>


오승구(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은 95년 이후 9년 동안 국민소득 1만불대에 정체해있고, 환율, 신용등급 등 국가경쟁력 면에서도 답보상태에 있다. 국가 성장동력의 상실로 경제성장이 정체되어 기업투자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반면, 성급한 제몫찾기,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국민저축을 통해 성장을 달성했던 사회적 분위기도 사라지고 있다. 지금 무언가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만불대에서 계속 정체되어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국민소득 2만불이 캐치프레이즈로 채택된 것이라 생각한다.


2만불은 선진경제권으로 진입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고 통일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경제성장은 필요하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많지만 2만불 시대로 진입하면 분배문제나 노사문제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2만불 달성전략으로 정부에서 제시한 것이 ‘Global 10-10’ 전략인데, 10대 성장동력 산업과 10대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산자부에서 작업할 때 우리 연구소도 일정 부분 참여하였다.


한국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환경, 한국 경제의 현상황 진단, 선진국 사례, 과거 선진국이면서 현재는 개도국이나 후진국으로 떨어진 나라들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벤치 마킹을 해보았을 때, 소위 유럽의 강소국 모델이 우리에게 적합한 모델로 판단된다. 


추진과제로서는 2만불 달성의 단기과제, 중장기과제로 구분하여 우선순위를 구분하였다.
단기과제로는 1)국가리더십 발휘, 2)기업활력 제고, 중장기 과제로는 3)생산적 노사관계 구축 4)성장동력 발굴과 육성, 5)중소기업 활성화, 6)인적자원 육성, 7)경제 특구 조성, 8)기업의 글로벌 역량 제고 총 8가지로 제시하였다. 
이상과 같이 총 8개 과제를 정부에 제안했고 대부분 받아들여져 노무현 정부에서 아젠다 작성할 때 참여하여 작업하였다. 위에서 제시한 과제들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전제조건은 한반도 평화체제 확립이다.



이정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만불이라는 수치를 목표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다. 오늘날 시대가 많이 변했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우리 정부와 경제 담당자들이 여전히 구시대적인 발상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과거에는 경제성장이 어렵지 않았고 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 빈부격차 해소 등 많은 혜택을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한경쟁 시대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2만불을 목표로 삼고 경제성장을 내세우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제는 경제성장의 득과 실을 꼼꼼히 합리적으로 따져보아야 할 때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다. 아무리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높아진다 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많은 연구조사 결과가 보여주듯이, 경제성장이 되었다고 사람들은 더 행복해졌다고 느끼지 않으며, 미국 사람들이 인도, 중국과 같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하지 않는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30년 전에 비해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또한, 사람들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지표로 소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소득이 올라가도 상대적인 소득격차가 만족에 있어서는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쟁을 조장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사람들은 더욱 이러한 경향을 띄게 된다. 결국, 2만불 달성해서 선진국 되더라도 우리가 행복해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보장도 없는 경제성장을 환경오염시키면서 해야하는지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경제성장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 소득 2만불 목표는 웃긴 거지만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금은 경제성장이 실업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 오늘날 세계화된 무한경쟁시대에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수적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쉽게 말해 능력없는 사람 내쫓는 거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경쟁 격화로 요약되는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패배자, 낙오자를 사회적으로 양산하는 것이다. 어차피 경제성장 과정에서 많은 실업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과거 사회복지를 추구했던 유럽의 국가들이 경쟁체제 도입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도입하는 유럽연합 추진한 후 30년 동안 장기실업이 오히려 늘고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2만불을 목표로 놓고 경제성장을 하게 되면 노동자들 자꾸 잘라내고 도산기업 양산하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낙오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낙오자들을 사회가 흡수해야하는데 그것이 어렵다. 경제학자들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자고 하는데 사회안전망 구축 비용은 기업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에게서 세금을 많이 거두면 해외로 도망가버리고 그렇다고 능력없는 사람들 끌어안고 기업활동 하자니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런 딜레마의 경제성장을 추구해야하는 상황에 와있는데 안이하게 2만불 달성하자고 하면 안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성장이 곧 분배다’라며 성장하면 분배는 자동 해결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여건상 경제성장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2만불’이라는 숫자가 아닌 ‘고용과 환경’을 지향하는 경제성장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시민사회도 GNP 위주의 맹목적 경제성장에 반대하는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smarth growth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토론>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2만불에 대해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2만불 목표는 지지한다. 단, 노무현 정부의 제시방식이 물질주의적이어서 박정희 정권 시대와 비슷한 느낌이다. ‘사회통합적’, ‘민주적’ 2만불 식으로 가치를 부여하면 좋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는 지난 10년간의 ‘무성장’으로 현재 심각한 청년실업을 겪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카드채에 시달리고 있다. ‘성장동력’의 상실이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탈물질주의적 처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질주의적 성장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중요하다. 선진국 경험들을 볼 때도, 2만 달러 달성은 중요하다. 조속히 2만불을 달성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이다.


오박사님 발제에서 전략의 구체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적 노사관계를 위해 제안한 신사회협약 등 현실적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대다수는 성장동력 회복과 복지 확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성장을 바란다. 그러나, 제안 내용은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신자유주의적 전략이 두드러진다. 지난 10년간 성장과 분배 모두 악화되었다.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화되었을 때 나타날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문이다.


이정전 교수님 발표에 대한 질문이다. 그렇다면, ‘고용과 환경’을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적 발전전략이 가능할 것인지.
오박사님이 강소국 모델 제시했는데,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와 우리나라는 많이 다르다. 오히려 영국, 프랑스와 인구수와 내수시장 규모면에서 비슷하다. 인구 천만 내외라면 신사회협약이 훨씬 용이할 것이다. 북한 인구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지향해야할 모델은 강중국 모델이 더 적합하다.


대다수 국민들이 품고있는 의문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첫째, 우리에게 과연 새로운 성장동력이 있는가 둘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셋째, 성장없는 분배구조 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대안적 발전, 생태적 발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물음에 답해야 한다.


조승헌(생명과평화를위한환경연구소 소장)


국민소득 2만달러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국민소득지표는 원칙적으로 복지, 후생 지표가 될 수 없다. 삶의 질의 척도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절대적 소득보다는 상대적 소득이 행복에 더 중요하다. 또, 국민소득과 사회발전 정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소득 2만불은 ‘살기좋은 미래=2만불’이라는 등식 하에 성장우선주의가 깔린 정치적 동원 구호로 사용된다.


2010년대 한국사회는 상대적 저성장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면서 성장을 위해서라면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경제기조가 지배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또, 여가의 확산과 비정규직의 보편화로 무노동, 비정규직이 ‘삶의 질’이라는 구호로 미화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핸드폰은 개인과 소그룹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를 재편하고 승용차와 주택모기지론 등으로 최소한의 주거형태가 보장되면서 국가, 민족, 통일, 정치, 계층에 대한 관심이 양적․질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돈은 삶의 질 확보의 필요조건이다. 1만 달러 시대는 인간 삶과 행복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합리성, 민주화, 환경과 생태, 여가, 문화 등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1만 달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경제성장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노동력에 의존하는 성장전략은 1만 달러가 마지노선이다. 1만 달러를 넘어서려면 양질의 노동력 공급을 선도할 수 있는 자본과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이는 이제 경제정책과 활동은 부가가치나 고용과 더불어 경제행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내용과 추진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노사분규, 환경갈등 등 사회갈등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 크다. 사회갈등에 대한 대응능력이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조명래(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


오승구 박사님의 발표에 대해. 우리가 왜 1만불대에 머물러있는지 원인진단이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강소․강중국 모델 우리가 얼마나 파악해서 따라갈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경제학적 분석 뿐 아니라 사회학적 관점의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


이정전 교수님의 발표에 대해. 대안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총론적 비판이라 아쉽다. 6,70년대 개발․성장 논쟁을 다시 듣는 듯 하다. 기존 논의와의 차별성, 시대적 적합성 관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발전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발전 지표로서 2만 달러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달러’로 표현되지 않는 여러 가치가 있다. 특히, 가장 문제는 달러로 표시되는 것이다. 환율 조정하면 된다. 한화로 표현되는 우리 소득은 많이 늘었다. 달러로 표현되는 소득이 외환위기 겪으면서 줄어든 것이다.


예전에는 1만불 달성 이후 10년 안에 2만불 달성했지만, 후발주자들은 어렵다. 중진국 함정론에 귀기울여야 한다. 저널리스틱한 논의가 아닌 구조적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으로는 2만불 달성이 불가능하다.
신자유주의적 발전모델의 부작용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대기업, 중소기업의 고른 발전, 경제와 환경 등의 분야들이 통합적으로 나가는 발전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생태적 근대화, 지속가능한 발전 논의에서 이미 제안되었던 것이다. 2만불 논의가 너무 경제적인 측면으로 치우쳐있다. 사회적 측면에서의 발전이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남상민(녹색사회연구소 부소장, 한양대 교수)


한국에서 2만불이 발전 지표가 될 수 있는가. 달성할 필요가 있는가.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포럼을 준비하였다. 오승구 박사님께서 2만불 달성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셨으면 한다. 수치로 제시된 국정목표가 정치적으로는 효과적인 동원기제인 것은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물질주의적으로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한다. 사회발전을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이 개발되어 있다. 다양한 가치들을 고려하여 국정 목표를 설정할 수는 없는 것인가.


 


* 자세한 발표내용은 자료실의 <녹색사회포럼 자료집>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